집으로
기타 (DVD)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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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집으로


  아이가 집으로 간다. 할머니 집으로 간다. 어머니가 집으로 간다. 어머니 집으로. 아이는 할머니 집에 남고, 어머니는 제 어머니를 다시 떠나 돈 버는 길로 간다. 돈 때문에 어머니 집을 버려야,  또는 떠나야 했기에 돈 때문이라는 이름을 걸고 아이도 제 어머니 집에서 버려져야 하는가.

  아이는 그동안 어머니한테서 무엇을 배웠나. 텔레비전과 소시지와 과자와 로보트와 우스꽝스러운 유행 흉내내기를 배웠는가. 영화를 보면 아이는 사랑을 드러내지 못한다. 어머니한테서 숨을 받아 태어나기는 했으나 사랑스러운 손길을 받은 적이 아직 없다. 아이는 무엇을 하고 밒을까. 아이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이는 두멧시골이 따분하지 않다. 따분하지 않다고? 그렇다. 도시에서 사랑 없이 날마다 똑같은 하루를 보내도록 내팽겨진 채 게임을 되풀이하던 아이는 두멧시골이 괴롭다. 죽도록 몸서리치도록 괴롭다. 아이는 어떡하지? 아이는 어떡해야 하지? 그러나 어머니는 아이를 얼른 도시로 데려갈 마음이 아니다. 아이는 사랑 없는 하루로 시골에서 할머니와 있자니 끔직하게 죽을 듯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본다. 아이가 알머니한테 한 짓은 어머니가 저한테 한 짓과 같은 줄을. 이런 바보스러운 굴레는 참으로 재미없는 줄을. 이제 오늘 이곳에서 누군가 사슬을 끊어야 하고, 사랑을 씨앗으로 심어야 하는 줄을. 더욱이 그 누구는 바로 저인 줄을.

  아이는 보고 깨닫고 삶이 새로 태어난다. 이제 아침이 두렵거나 따분하지 않다. 날마다 웃음거리가 샘솟는다. 웃음과 함께 눈물을 보고 배우고 알고 나누는 오롯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 4347.6.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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