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31] 세 시 세 분



  일곱 살 아이가 숫자를 읽습니다. ‘3분’이라 적힌 글을 ‘세 분’이라 읽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집 일곱 살 아이는 “세 시 삼 분”을 “세 시 세 분”이라 읽습니다. 이 아이가 읊는 말을 “삼 분”으로 고쳐 줄 수 있지만, 고치지 않습니다. “세 분”이라는 말을 곱씹으니, 이렇게 읽어야 맞는데 어른들은 구태여 ‘三’이라는 한자를 빌어서 쓰는 셈이거든요. 더 곱씹으니 ‘時’와 ‘分’이라는 한자를 굳이 쓸 일이 없기도 하겠구나 싶습니다. 어른들은 왜 이런 한자를 끌어들여서 때를 읽거나 세려 했을까요. 때를 알려주는 기계라는 ‘시계’를 읽을 적에 “셋 셋”이라 하면 됩니다. “셋 서른”이라 하면 돼요. “열둘 서른아홉”이라 하면 되어요. 처음 말하는 숫자가 ‘시’이고 나중 말하는 숫자가 ‘분’입니다. 4347.5.2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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