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을 줍는 마음



  올해에도 어김없이 감꽃이 떨어진 모습을 보면서 맨 처음으로 ‘이야, 아이들한테 줄 멋진 밥을 얻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아주 기쁘게 감꽃을 줍습니다. 며칠쯤 감꽃을 밥상에 올릴 수 있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감꽃이 떨어지는 줄 더 빨리 알아차려야 했는데, 좀 늦게 알아챈 나머지 지난해처럼 밥그릇에 수북하게 담아서 끼니마다 먹이지 못합니다. 올해에는 한 줌에 쥘 만큼 줍습니다.


  다른 꽃이 지난해보다 이레나 열흘 먼저 피었으니 감꽃도 지난해보다 이레나 열흘 먼저 피다가 떨어질 텐데, 왜 이 대목을 헤아리지 못했을까요. 집살림을 한결 야무지게 다스려야겠다고 느끼면서, 한 줌 주운 감꽃을 먼저 작은아이 손바닥에 얹습니다. 자, 어때? 손바닥에 닿는 감꽃 느낌이 어떠하니? 보드랍니? 촉촉하니? 싱그럽니? 아기자기하니?


  너희가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으면서 앞으로는 스스로 감나무 밑에 가서 드러누워 입을 앙 벌려 보기를 빌어. 바람 따라 감꽃이 톡톡 떨어질 적에 너희가 벌린 입에 쏘옥 들어가면 재미있겠지? 풀밭에 감꽃 떨어지는 소리가 톡톡 맑게 울린단다. 4347.5.2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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