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가 좋은 책읽기



  나는 자전거를 즐긴다. 내 또래들은 일찌감치 자가용을 몰려고 생각했으나, 나는 자가용을 몰 생각을 처음부터 안 품었다. 아니, 아예 안 품지는 않았다. 나도 자가용을 몰 생각은 있다. 다만, 꼭 한 가지를 걸었다. 내가 몰 자가용이란, 기름을 먹지 않고 햇볕이나 바람이나 물만 먹으면서 굴러갈 수 있는 자가용이다. 왜 기름을 먹는 자동차만 나올까? 과학자나 기술자 스스로 기름을 먹는 엔진만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햇볕만 먹는 자동차를 생각한다면, 또는 바람만 먹는 자동차를 생각한다면, 또는 물만 먹는 자동차를 생각한다면, 과학자와 기술자는 틀림없이 햇볕이나 바람이나 물로 굴러가는 자동차를 만들 수 있으리라 본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니 길을 찾지 않고, 길을 안 찾으니 나올 수 없다고 느낀다.


  글을 쓰는 사람은 늘 스스로 길을 찾는다. 문학을 하든 학문을 하든 모두 똑같다. 내가 쓸 글은 나 스스로 생각해서 찾는다. 내가 파헤치거나 파고들 학문은 나 스스로 생각해서 얻는다. 남이 해 주지 않는다. 남이 해 놓은 길을 따라가지 않는다. 스스로 생각하고 찾으며 갈고닦는다.


  나는 왜 자전거를 즐기는가? 자전거는 오직 내 두 다리에 기대어 굴러가기 때문이다. 내 뜻에 따라서 움직이는데, 지구별을 더럽히거나 망가뜨리지 않는다. 내 마음에 따라 어디이든 갈 수 있는데, 지구별을 사랑하거나 좋아한다. 이러니, 자전거를 즐길밖에 없고, 좋아할밖에 없다.


  자동차를 싫어할 마음은 없다. 자가용을 안 몰 생각은 없다. 다만, 자동차를 만드는 이들이 ‘새로운 자동차’를 만들기를 바란다. 자동차가 달리는 길이 새롭게 나면 좋겠다. 신문배달 자전거가 좋고, 헌책방 자전거가 좋다. 수레와 샛자전거를 붙인 우리 집 자전거가 좋고, 세발자전거와 네발자전거가 좋다. 우리 집 네 식구가 함께 타고 움직일 수 있는 자전거도 몰고 싶다. 4347.5.2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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