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하고 치과 가기



  작은아이 어금니가 많이 썩었다. 작은아이 이를 왜 살피지 못했을까. 여러모로 내 탓이 크다. 밥차림과 아이돌보기에서 크게 모자랐다. 큰아이는 작은아이처럼 어금니가 깊게 썩으며 파고들지 않았다. 곰곰이 돌아보면, 큰아이는 곁님이 여러모로 많이 애써서 당근물이며 풀물을 많이 먹이면서 자랐다. 작은아이한테는 당근물이나 풀물을 얼마 먹이지 못했다. 꼭 이것 하나 때문만은 아니지만, 무척 크게 갈리는 대목이 되었다고 느낀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사랑하며 살아가느냐에 따라 몸과 이 모두 달라질 테니까.


  작은아이는 어금니 여덟 군데를 고쳐야 하는데, 고흥읍에 있는 치과에서는 할 수 없다고 한다. 적어도 순천에 있는 치과로 가야 한다. 작은아이한테는 ‘수면치료’를 해서 한꺼번에 여덟 군데를 고쳐야 한단다. 수면치료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살펴보니, 하루 앞서부터 천천히 몸을 재우는 약을 먹이고, 이튿날 아침에 아무것도 먹이지 않은 몸으로 치과에 가서 몸을 재우는 약을 다시 먹여서 살며시 잠들면, 이때에 비로소 이를 고친단다. 아이한테 하는 수면치료인 만큼 어른한테와 달리 잠을 천천히 재우도록 하는구나 싶다.


  작은아이 이를 고치는 데에 돈이 얼마쯤 들까? 곰곰이 헤아려 보니, 그동안 당근물을 짜서 주려고 애썼으면, 훨씬 적은 돈으로 아이 이가 튼튼하면서 몸도 씩씩할 수 있지 않았을까?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길을 처음부터 제대로 다시 배우며 살아야겠다. 4347.5.2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오늘은 너무 바보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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