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9] 벌교문집
고흥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벌교를 지나가는데, 벌교 읍내에서 ‘벌교문집’이라고 투박하게 적은 오래된 글씨를 스치듯이 봅니다. 두 자릿수 전화번호를 보면서 ‘문집’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합니다. 그래, 문을 만드는 집이라서 문집이로군요. 신을 팔기에 ‘신집’이고, 떡을 팔기에 ‘떡집’이며, 기름을 팔기에 ‘기름집’입니다. 차를 팔면 ‘찻집’이고, 책을 팔면 ‘책집’이며, 쌀을 팔면 ‘쌀집’이에요. 예부터 가게 이름에 ‘-집’이라는 낱말을 붙여요. 빵을 파는 집도 ‘빵집’입니다. 술을 파는 집은 ‘술집’입니다. 밥을 파는 집은 ‘밥집’이지요. 꽃을 파는 집은 ‘꽃집’이고요. 사람들 사이에서 태어나, 사람들 사이에서 수수하게 섞이는 가게는 ‘-집’이라는 낱말을 살며시 붙입니다. 동네 작은 가게는 ‘분식집’입니다. 전국 어디에나 똑같은 이름으로 있는 가게는 ‘chain + 店’과 같은 이름을 씁니다. 4347.5.2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