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 벽에 그린 그림에는 어떤 이야기가 깃들까. 《10대와 통하는 사찰벽화 이야기》는 ‘절집 벽그림’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린이와 푸름이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고 푸근하게 알려준다. 책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한다. 참말 모든 인문책은 이렇게 어린이와 푸름이 눈높이로 써야 하리라. 논문이나 보고서를 쓴다 하더라도 열대여섯 살 푸름이가 넉넉히 알아들을 만한 눈높이로 쉬우면서 알맞고 바른 한국말로 풀어내야 하리라. 문화재를 다루든 역사를 다루든 정치나 경제를 다루는 늘 같다. 어린이와 푸름이가 쉽고 즐겁게 받아들이도록 쓸 때에 즐겁다. 무엇보다, 한국말로 아름답게 써야 비로소 ‘글’이요 ‘책’이 된다고 느낀다. 생각해 보라. 문학평론이나 미술평론이나 사진평론이나 예술평론, 게다가 영화평론이나 이런저런 평론은 얼마나 메마르며 딱딱한 말투로 쓰는가. 이런 평론 가운데 한국말다운 한국말로 된 글은 몇이나 있을까. 일본 한자말과 번역 말투와 서양말로 짜깁기하듯 쓰는 평론이 아니라, 이 땅 아이들과 어깨동무하려는 웃음짓과 몸짓으로 사랑스레 쓰는 어여쁜 문화 이야기를 보고 싶다. 4347.5.1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