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7. 즐겁게 찍는다



  곁에 있는 사진을 찍는 길은 하나입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즐겁게 찍자’입니다. 시골에서 살든, 도시 한복판에서 살든, 지옥철을 아침저녁으로 타야 하든, 우람한 송전탑 그늘 둘레에서 일을 하든, 자전거로 나들이를 다니든, 아이들한테 밥을 차려 주느라 부산하든, 아파서 끙끙 앓으며 드러눕든, 비행기를 타고 퍽 먼 나라까지 찾아가든, 언제나 즐겁게 찍으면 됩니다.


  물 한 잔을 마실 적에도 즐겁게 마실 일입니다. 밥 한 술을 뜨더라도 즐겁게 먹을 일입니다. 말 한 마디를 나눌 적에도 즐겁게 나눌 일입니다. 글 한 줄을 적어 편지를 띄울 적에도 즐겁게 쓸 일입니다. 삶을 이루는 바탕은 늘 ‘즐거움’입니다. 사진을 이루는 밑틀은 늘 즐거움입니다.


  사명이나 목표나 책임이나 의무나 취미나 사상이나 기록이나 패션이나 직업이나 다른 여러 가지를 들이대면서 사진을 찍지는 못합니다. 직업이 요리사이기에 요리를 한다고 하면, 마스터셰프라는 이름이 붙은 분이 지은 밥조차 그리 맛있지 않습니다. 세계에 손꼽히는 사진가라는 이름이 있더라도 직업이 사진가이기에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이녁이 찍은 사진조차 그리 대수롭지 않으며 재미있거나 아름답거나 반갑지 않습니다.


  교사라서 가르치지 않습니다. 가르칠 적에 즐겁기에 가르치고, 가르치다 보니 어느새 교사라고 둘레에서 말할 뿐입니다. 사진가라서 찍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을 적에 즐거우니 찍고,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새 사진가라고 둘레에서 말할 뿐입니다.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을 찬찬히 돌아보면서 사진감을 하나 골랐다면, 내 사진감을 즐겁게 마주하면서 즐겁게 누립니다. 골목길을 사진감으로 골랐으면, 골목마실을 즐깁니다. 골목이웃과 즐겁게 인사하고, 골목놀이를 즐겁게 바라보다가 함께하기도 하며, 골목집에서 가꾸는 골목꽃과 골목나무를 즐겁게 마주하면 됩니다. 사람을 사진감으로 골랐으면, 나부터 꾸밈없이 바라보고 곁에 있는 식구를 스스럼없이 마주하면서 우리 둘레 모든 이웃을 사랑스레 어깨동무하면 됩니다. 지구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모두 이웃이자 벗입니다. 지구별에서 살아가는 누구나 내 사진감으로 오순도순 찾아옵니다.


  그러니까, 즐거운 마음이 아니라면 사진을 자꾸 억지스레 만들고야 맙니다. 즐거운 눈빛이 아니라면 사진을 끝끝내 어거지로 뒤틀거나 비틉니다. 이른바, 속임수 사진은 즐거운 마음이 아닐 때에 나타납니다. 보도사진 가운데 참을 숨기고 거짓을 내세우는 사진 또한 즐거운 눈빛이 아닐 때에 나타나요. 스스로 즐거운 사람이 거짓말을 할 까닭이 없고, 거짓사진을 만들 까닭이 없습니다. 스스로 즐거운 사람이 사진에 사랑과 꿈을 싣지 않을 까닭이 없습니다. 스스로 즐겁지 않기에 자꾸 ‘만들려’ 할 뿐입니다. 4347.5.1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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