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 입히는 어버이



  우리 집 작은아이는 언제나 누나 옷을 물려입는다. 큰아이는 가시내이고 작은아이는 머스마이지만, 두 아이 옷을 나누어 입혀야 한다고 느끼지 않는다. 가만히 보면, 어른이 입는 옷도 이와 같다. 굳이 가시내 옷과 머스마 옷을 갈라야 하지 않는다. 그냥 입으면 된다.


  나도 그동안 헌옷으로 가시내 옷을 꽤 많이 주워서 입었다. 신문배달을 하며 혼자 살 적에, 아파트에 신문을 돌리다 보면, 아파트에 으레 있던 헌옷 모으는 통을 뒤져서 입을 만한 옷을 가져왔다. 나도 입고 지국에서 함께 일하는 다른 형도 입는다. 아파트에 신문을 넣는 다른 신문사 일꾼도 저마다 헌옷통을 뒤져서 옷가지를 챙긴다.


  작은아이는 누나가 입던 고운 옷을 저도 입고 싶다. 그런데 어머니도 아버지도 그 고운 옷, 바로 치마를 저한테 입혀 주려 하지 않는다. 이리하여, 네 살 작은아이는 울며 불며 떼를 쓰면서 누나 치마를 빼앗으려 한다. 누나가 안 입는 작은 치마를 작은아이한테 건넨다. 작은아이는 울음을 그치고 빙그레 웃는다. 누나 치마를 입고는 좋아서 방방 뛴다.


  고운 빛이 알록달록 사랑스러운 치마이니, 작은아이가 입고 싶어 할 만하다고 느낀다. 색동저고리를 가시내만 입는가, 사내도 함께 입는다. 치마이고 아니고를 떠나, 아이들로서는 무지개와 같이 고운 옷을 입으며 고운 마음이 되고프리라 느낀다. 4347.5.1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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