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마실을 하며 읽는 책



  두 아이를 데리고 읍내마실을 한다. 마을 어귀로 아이들과 달린다. 11시 15분 버스인데 벌써 11시 20분이다. 설마 벌써 지나가지 않았겠지 하고 생각하며 숨을 돌리니, 언덕 너머로 버스 소리 부릉부릉 난다. 히유, 버스를 곧바로 타는구나. 읍내에 닿아 먼저 우체국에 들른다. 살림돈을 찾는다. 작은아이 손을 잡고 가게로 걸어간다. 큰아이는 더러 손을 잡다가 혼자 달리다가 한다. 가방에 먹을거리를 가득 담고 종이상자 하나를 얻어 끈으로 묶는다. 천가방을 쓰기보다는 종이상자를 얻어서 담으면 나르기에 한결 낫다. 아무래도 천가방은 길바닥 아무 데나 내려놓지 못하겠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는 한 시간 반 뒤에 있다. 집까지는 안 가지만 이웃마을 앞으로 지나가는 버스는 삼십 분 뒤에 있다. 이웃마을에서 내려 집으로 삼십 분쯤 걸어가자고 생각한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읍내 편의점 앞에서 쉬기로 한다. 편의점 앞에는 앉을 자리가 있다. 과자 한 봉지를 뜯는다. 아이들이 얌전히 먹는다. 이동안 가방에서 이문구 님 동시집을 꺼내어 읽는다. 오늘은 서두르지 말고 느긋하게 다니자 생각하며 책을 챙겼다. 빠듯하게 움직이면 아이도 나도 힘들다.


  동시집을 ⅓ 읽고 덮는다. 이만큼 읽었으면 좋지. 아버지가 다리를 쉬며 책을 읽을 틈을 내주니 고맙고, 아이들이 기운을 새롭게 차리니 반갑다.


  읍내 버스역으로 간다. 버스표를 끊는다. 아이 둘을 나란히 앉히고 나도 옆에 엉덩이를 걸친다. 세 사람이 함께 앉는다. 버스가 움직인다.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온다. 읍내를 벗어나니 들바람이 싱그럽다. 큰아이가 먼저 스르르 잠들고, 작은아이가 뒤따라 잠든다. 고즈넉하다. 4347.5.1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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