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 되어 들딸기가 익는다. 들딸기를 따러 반바지 차림으로 풀숲을 헤친다. 나는 언제나 반바지 차림으로 다니니 풀밭이든 숲이든 멧골이든 으레 반바지로 다닌다. 반바지로 딸기밭을 헤집는 동안 종아리와 허벅지는 가시에 긁히고 찔려 시뻘겋다. 피가 흐르기도 한다. 팔뚝도 손등도 딸기넝쿨에 난 가시에 긁힌 자국이 가득하다. 일곱 살 큰아이가 아버지한테 한 마디 한다. “그러니까 긴 옷을 입어야지요!” 나는 큰아이한테 대꾸한다. “괜찮아. 곧 나아. 그리고 하나도 안 아파.” 아프다고 생각하면서 들여다보면 참말 아프다. 가시에 긁히면서 딸기 한 톨 딸 까닭이 없다고 생각하면 들딸기맛을 볼 수 없다. 더구나, 딸기밭에는 찔레도 줄기를 뻗어, 딸기 가시에다가 찔레 가시에 찔리고 긁힌다. 딸기를 따는 동안 오직 한 가지만 생각한다. 이 들딸기를 맛나게 먹을 곁님과 아이들을 생각한다. 이러면서 ‘예쁜 딸기야 올해에도 싱그럽게 돋았구나, 이 어여쁜 빨간 딸기 고맙게 먹을게,.’ 하고 노래를 부른다. 생각이 삶을 빚고, 삶은 다시 생각을 빚는다. 4347.5.1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 생각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 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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