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과 제비



  우리 집 처마에 깃든 제비가 빨랫줄에 내려앉아서 노래하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돌아본다. 우리 식구가 안 보거나 못 보았을 적에 빨랫줄에 앉았을는지 모른다. 아마 그렇겠지. 부엌으로 가다가 마루에서 바깥을 내다본다. 가까이에서 제비 노래가 들려 내다보니 빨랫줄에 앉았다. 한참 그대로 서서 제비 몸짓을 들여다본다. 제비는 시골집 처마 밑에 둥지를 틀어 살아가지만, 막상 사람이 가까이 다가서면 휙 날아간다. 새끼 제비는 막 날갯짓을 익힐 무렵에 사람이 가까이 있어도 휙 날아가지는 않는다. 날갯짓이 아직 서투니 그렇기도 할 텐데, 어미 제비와는 달리 사람을 물끄러미 구경하곤 한다.


  제비가 하늘을 가르며 날 적에는 날개를 활짝 펼친다. 빨랫줄에 앉아서 깃을 여미는 모습을 바라보니 몸집이 참 작다. 작은 몸짓이지만 날개를 펼치면 제법 커 보이고, 빠르면서도 홀가분하게 하늘을 가로지르는구나. 제비는 읍내나 면소재지에도 집을 짓고, 예전에는 도시에서도 살았지만, 이제는 느긋하게 지낼 만한 시골마을이 무척 드물다. 우리 집처럼 풀도 돋고 나무도 자라서 벌레가 꼬이고 나비가 깨어나는 데가 아니라면 살기가 만만하지 않을 테지. 4347.5.1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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