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32] 멸치



  멸치 똥과 내장을 함께 먹으며

  멸치가 마시던 바다를

  같이 마신다.



  크다 싶은 멸치는 똥과 내장을 바를 수 있으나, 작다 싶은 멸치는 똥과 내장을 바르기 어렵습니다. 아주 작은 멸치라면 똥도 내장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통째로 먹습니다. 잘디잔 멸치를 먹으면서 이 멸치에도 똥과 내장이 있겠지 하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받아들입니다. 멸치 한 마리에는 멸치가 깃들어 헤엄치던 바다내음이 감돕니다. 멸치가 마시던 바닷물과 멸치가 누리던 바다 빛깔과 냄새와 숨결이 고스란히 나한테 스며듭니다. 4347.5.1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