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54] 저녁 자전거를 타려고

― 와 저기 봐



  저녁에 자전거를 타려고 마당에 자전거를 내놓습니다. 저녁 일곱 시가 가까운데 두 아이 모두 잘 생각이 없고 배도 고프지 않습니다. 해는 저쪽으로 넘어갔지만, 자전거마실을 해 볼까 생각합니다. 자전거가 있으니 아이들과 저녁바람을 한 차례 마실 만합니다.


  샛자전거와 수레를 붙인 자전거를 마당에 내놓으니 작은아이가 먼저 알아보면서 좋아합니다. 작은아이는 마당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손가락을 곧게 뻗습니다. “와, 저기 봐! 제비다!”


  그래, 제비로구나. 제비이지. 날마다 보는 우리 집 제비란다. 새벽 다섯 시에 어김없이 깨어나 재재거리면서 우리를 깨우려 하지. 네 아버지는 제비보다 일찍 일어나니 제비가 새벽에 노래할 적에 시계를 보면서 어쩜 우리 집 제비는 이렇게 날마다 거의 똑같은 때에 일어날까 놀라곤 한단다.


  제비는 이쪽 전깃줄에 앉다가 저쪽 전깃줄로 옮겨 앉습니다. 제비가 날면서 이리저리 앉으니 작은아이도 이쪽으로 손을 뻗고 저쪽으로 손을 뻗습니다. 큰아이도 작은아이 따라 “저기에 앉았다! 저기로 갔다!” 하면서 좋아합니다.


  제비는 하루를 마무리지으면서 우리 집 마당을 이리저리 납니다. 해가 아주 넘어가면서 달이 뜨고 별이 돋을 무렵 둥지에 깃들 테지요. 암수 두 마리가 사이좋게 깃을 부비면서 따사롭게 밤잠을 이룰 테지요. 네 살 아이 눈과 가슴에 제비 날갯짓이 또렷하게 드리우는 하루를 천천히 보냅니다. 4347.5.1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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