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한테 인사하기
우리 집 마당 한쪽에서 자라는 장미나무는 꽤 작다. 게다가 한쪽으로 쓰러지기까지 했다. 처음 이 집에 깃들 적에는 장미나무인 줄 못 알아보았다. 다들 웬 엉성하게 가냘픈 나뭇가지가 하나 박혔다 해서 뽑아내라 했으나 손사래치면서 말렸다. 마른 나뭇가지로 보이든 풀줄기로 보이든 우리 집 나무이자 풀줄기 아닌가. 첫 해 겨울을 나고 맞이한 첫 봄에 봉오리가 굵고 빨간 꽃송이 터지는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이 가냘픈 몸뚱이(줄기)에서 이토록 커다랗고 소담스럽게 꽃을 피우는구나. 더욱이 꽃송이가 워낙 크다 보니 가녀린 줄기가 휘청거린다. 달리 장미나무가 한쪽으로 쓰러지지 않는구나 하고 느낀다. 버팀나무를 받치거나 줄로 당겨서 울타리에 기대도록 하지 않으면, 커다란 꽃송이 무게를 못 이기겠구나 싶다.
올봄에도 가녀린 줄기에서 커다란 꽃송이를 잔뜩 피운다. 지난해보다 꽃이 더 핀다. 애틋하다. 대견하다. 사랑스럽다. 이 고운 꽃송이가 이 작은 몸에서 맺는구나. 우리들 작은 이웃 마음속에도 저마다 엄청나게 크고 환하며 빛나는 꽃이 피겠지. 아이들과 마당에서 놀 적에 장미나무 곁으로 다가가서 인사를 한다. 예쁜 장미야, 꽃처럼 튼튼하고 씩씩하게 줄기를 올려 앞으로도 이곳에서 튼튼하게 자라렴. 맑은 꽃빛으로 고운 노래를 들려주렴. 4347.5.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