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31] 바람과 나무



  바람이 불어 꽃내음이 흐르고
  꽃내음이 흘러 바람이 푸르며
  내 가슴에 꽃바람 살포시.


  바람과 나무는 언제나 함께 흐르면서 푸릅니다. 바람이 있어 나무가 푸르고, 나무가 있어 바람이 푸릅니다. 나무는 나무만 덩그러니 자라지 못합니다. 나무가 자라는 데에는 반드시 풀밭이 있습니다. 풀이 우거지면서 나무가 푸르고, 나무가 푸르면서 풀이 우거져요. 풀은 조물조물 밭을 이루면서 겉흙을 단단히 붙잡습니다. 나무는 깊이 뿌리를 내리면서 속흙을 돌봅니다. 풀과 나무는 흙을 살찌웁니다. 나무가 잘 자라는 숲에 깃들면 흙내음이 고소한 까닭은 풀이랑 나무가 서로 아기자기하게 어우러져 흙을 보살피기 때문입니다. 4347.5.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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