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41. 2014.4.20. 등꽃 곱지
등나무는 치렁치렁 꽃을 매단다. 등나무는 으레 다른 나무를 타고 오르거나 어딘가 붙잡고 빙그르르 돌면서 뻗곤 한다. 이렇게 뻗고 뻗으면서 꽃을 치렁치렁 드리운다. 사월에 한껏 피어나는 등꽃은 어느 모로 보아도 곱다. 등나무 줄기가 마구 뻗으면 골이 아프구나 싶지만, 등나무는 워낙 잘 뻗으니 등나무 그늘을 마련하기에 좋기도 하다. 아무튼, 아이를 불러 “자, 저기에 등꽃이 있어. 보이니?” 하고 묻는다. 아이는 어디에 있는지 못 알아본다. 한참 기다린다. 드디어 아이가 등꽃을 알아본다. “나, 저거 갖고 싶어.” “등나무한테 물어 봐야지. 등나무야, 하나 꺾어도 될까?” 꽃송이 줄줄이 달린 등꽃줄기를 한손으로 든다. 가만히 바라본다. 꽃내음이 훅 끼친다. 사월을 빛내는 고운 등꽃이 골짜기마다 가득하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