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 시 전화



  두 아이를 재우면서 나도 함께 곯아떨어진다. 오늘은 작은아이가 먼저 자고 싶다 말한다. 웬만해서는 이 아이들이 스스로 자겠다는 소리를 않는데 참말 고단한가 보다. 그럴 만하다. 자전거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레에서 잠든 작은아이가 더 자지 않고 집에 닿자마자 다시 일어나서 놀았으니.


  두 아이 사이에 누워서 자장노래를 부르는데, 서너 가락쯤 부를 무렵 목과 배에서 힘이 스르르 풀린다. 졸려서 오락가락하는 몸으로 겨우 끝까지 부른 뒤 “예쁜 아이 잘 자렴.” 하고 인사를 마치고는 이내 꿈나라로 간다. 이러다가 집전화 울리는 소리를 듣는다. 일곱 차례째 울릴 때에 일어나서 받는다. 사흘 앞서 람타학교에 같 곁님이 이 늦은 때에 전화를 했나 싶다. 그러나 아니다. 전남도지사 여론조사 때문에 전화를 했단다. 여론조사를 한다는 분도 늦은 때에 전화를 걸어서 미안하다 말한다. 전화를 끊고 보니 밤 열 시이다. 참말 늦은 때네. 도시라면 모르지만 이곳은 시골인데. 게다가 요새는 한창 일철이라 저녁 여덟 시만 되어도 마을에 불을 하나도 안 켜고 잠드는데.


  한 시간 반쯤 잤나. 찌뿌둥하다. 도로 누울까 하다가, 저녁을 먹고 나서 불리려고 둔 그릇을 설거지한다. 뭘 또 할 일이 있나 살피다가 물을 한 잔 마신다. 큰아이를 반듯하게 눕히고 이불깃을 여민다. 귀를 기울이면 개구리 밤노래잔치가 왁자지껄하다. 사이사이 소쩍새 울음소리가 섞인다. 호젓하며 좋은 밤이다. 4347.5.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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