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 모아 집을 짓는 글쓰기



  지난 스무 해에 걸쳐 티끌처럼 작게 써서 그러모은 글을 마흔 살로 접어들면서 조물조물 가다듬는다. 글 하나하나는 참말 티끌과 같아 아주 작은 조각이었는데, 스무 해쯤 쓴 글을 한 자리에 모으니 커다란 집채만 하구나 싶다. 스무 해가 지나니 티끌도 집이 된다. 앞으로 스무 해가 더 지나면 이 티끌이 커다란 봉우리만 할 수 있을까. 스무 살일 적에는, 또 열 살일 적에는, 티끌을 모아서 커다란 봉우리를 이룬다고 하는 말이 살갗으로 와닿지 않았다. 마흔 살이 되니 이런 말이 살갗으로 콕콕 스며든다. 봄볕이 살결에 내려앉아 까무잡잡한 빛을 이루듯, 티끌 하나가 얼마나 큰 덩어리가 되고 얼마나 튼튼한 바탕이 되는가를 깨닫는다. 앞으로는 티끌 모아 집을 짓는 글쓰기에서 달라지자고 생각한다. 티끌 모아 나무를 이루자. 티끌 모아 숲을 이루자. 티끌 모아 사랑을 이루자. 4347.5.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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