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 함께 살면서



  사진은 함께 살면서 찍습니다. 함께 살지 않으면 사진을 찍지 못합니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생각한다면, 식구들과 함께 살아야 식구들 모습을 찍습니다. 사랑하는 짝꿍을 찍으려 해도 함께 살아야 찍습니다. 아직 혼인을 하지 않아 둘이 다른 집에 살더라도 ‘만나야’ 볼 수 있고, 만나야 사진으로 찍어요. 서로 만나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만나’서 둘이 같은 때를 보내지요. 같은 때를 보내는 두 사람은 그동안 ‘함께 산다’고 할 수 있습니다.


  꽃이나 나무를 찍을 적에도 꽃이나 나무하고 함께 산다고 하도록 지내야 비로소 꽃과 사진을 찍습니다. 스튜디오나 사진관을 열어서 사진을 찍을 적에도 스튜디오나 사진관이라는 곳에 함께 있어야, 함께 숨을 쉬고 함께 눈빛을 마주해야 비로소 사진을 찍어요.


  멀뚱멀뚱 한 자리에 함께 있는대서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한 자리에 함께 있기만 해서는 사진을 못 찍습니다. 한 자리에 함께 있지 않더라도 ‘마음으로 서로 아끼면서 함께 산다’는 매무새가 되어야 사진을 찍습니다. 이리하여, 내가 사랑하는 짝꿍이 우리 집에 없더라도, 내 사랑스러운 짝꿍 손길이 깃든 책이나 연필이나 옷가지를 바라보면서 ‘함께 사는 내 짝꿍 숨결’을 느껴요. 책이나 연필이나 옷가지를 찍기만 하더라도, 여기에 서린 넋과 숨결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함께 살며 찍는 사진’이 됩니다.


  백두산을 알기에 백두산을 더 잘 찍지 않습니다. 섬진강을 알기에 섬진강을 더 잘 찍지 않습니다. 백두산을 안다면 무엇을 알까요? 섬진강을 아는 분은 무엇을 아는가요? 얼마나 알까요? 얼마나 제대로 알까요? 얼마나 따스하거나 사랑스레 아는가요?


  알면 아는 대로 찍습니다. 아는 대로 찍는 사진이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아는 대로 찍을 뿐이에요. 이제껏 아직 모르는 모습은 못 찍는 셈입니다.


  살면서 찍는 사진은 사는 대로 찍습니다. 사는 대로 찍는 사진은 오늘까지 함께 살며 누린 모든 빛과 숨결과 사랑과 넋과 이야기를 담습니다. 사는 대로 찍는 사진은 오늘까지 함께 살았고 앞으로 함께 살아갈 나날과 꿈을 고스란히 담습니다.


  언제나 삶이 그대로 사진입니다. 기록하려 하지 마셔요. 적으려 하지 마셔요. 마음으로 새기면서 이야기를 누리셔요. 4347.5.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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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5-03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삶이 그대로 사진입니다.
기록하려 하지 마셔요.
적으려 하지 마셔요.
마음으로 새기면서 이야기를 누리셔요.>
맞는 말씀입니다!!
참 좋습니다.^^

숲노래 2014-05-03 19:44   좋아요 0 | URL
후애 님도 언제나 마음에 온갖 이야기 차곡차곡 아로새기면서
날마다 즐겁게 웃으시리라 믿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