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찾는 아이한테 노래 한 가락



  곁님이 오늘 아침 일찍 시골집을 나선다. 강화섬에서 하는 람타학교 강의를 들으러 간다. 내가 갈까 싶었으나 어제그제 곁님이 끙끙 앓아누운 모습을 보자니, 내가 집을 비울 수 없다. 아프더라도 배우면서 아프면서 천천히 나을 노릇이요, 집에서 아이들과 조용히 지내면서 살림을 매만져야겠다고 느낀다.


  아직 아이들이 일어나기 앞서 일찍 길을 나서는데 큰아이가 눈치를 채고 일어나서 인사를 한다. 큰아이가 깬 김에 인사를 하다 보니 아직 자는 작은아이한테도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서려니, 작은아이가 어머니 집을 나간다고 한참 운다. 입으로 인사를 하지 말고 마음으로만 인사를 하고 가야지, 이러면 어떡하나. 며칠 동안 내내 울보가 될 텐데.


  저녁이 되어 두 아이한테 밥을 먹이고는, 천천히 재운다. 작은아이는 오늘 많이 뛰놀아 고단했는지 일찍 잠든다. 그런데, 잠든 지 한 시간쯤 지나 갑자기 운다. 아침에 집을 나선 어머니가 떠올랐는가 보다. 눕힌 채 가슴을 토닥이다가 울음이 잦아들 무렵 부엌으로 가서 쌀을 씻는다. 이튿날 아침에 먹을 쌀이다. 쌀을 씻자니 다시 운다. 아이를 안아서 등과 궁둥이를 토닥인다. 울먹울먹하다가 천천히 그친다. 자리에 누이고 이불깃 여민 뒤 노래를 부른다. 두 아이 사이에 누워서 나긋나긋 노래를 부른다. 이제 작은아이는 고요히 꿈나라로 간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 잘 웃고 잘 노래하다 보면 어머니가 돌아오지. 너희는 너희대로 너희 웃음과 놀이와 노래를 스스로 배우렴. 4347.5.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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