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사키 치히로
이와사키 치히로 님 그림을 무척 어릴 적부터 보았습니다. 무척 어릴 적에는 이분 그림인 줄 몰랐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저작권이라는 이름조차 낯선 그무렵, 이와사키 치히로 님 그림을 수없이 복제하여 초·중·고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벽그림이나 책받침으로 팔았습니다. 나는 그때 이분 그림을 사지 않았습니다. 가시내들은 곧잘 사서 썼고, 책싸개로 삼기도 했어요. 국민학교에서는 교실 뒤쪽을 꾸미면서 이분 그림을 으레 붙이곤 했으나, 참말 어느 누구도 이 그림을 그린 이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았고, 아는 사람도 못 보았습니다.
1918년에 태어나 1974년에 숨을 거둔 이와사키 치히로 님은 이녁 그림을 이웃나라에서 엄청나게 복제해서 엄청나게 판 줄 알까요. 이웃나라 아이들이 이녁 그림을 어릴 적부터 곳곳에서 보면서 자란 줄 알까요.
나는 어른이 되어 두 아이를 낳고 돌보면서 비로소 이와사키 치히로 님 그림책을 하나둘 장만합니다. 우리 집 책꽂이에 이녁 그림책을 하나둘 꽂습니다. 이녁 그림책을 하나씩 장만해서 들추면 어릴 적에 보던 그 그림이었네 하고 새삼스레 떠오릅니다.
마당에서 노는 아이들 소리를 들으며 생각합니다. 이와사키 치히로 님은 언제나 아이와 놀듯이 생각하고 사랑하는 결로 그림을 그리셨지 싶어요. 오직 이 하나로 그림을 그리면서 삶을 노래했지 싶어요. 4347.5.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람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