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한테 호



  저녁에 셈틀을 켜고 글을 쓰는데 거미 한 마리가 줄을 가늘게 드리우면서 죽 내려온다. 문득 입에서 “너, 뭐니?” 하는 말이 튀어나온다. 입김을 후 분다. 거미는 화들짝 놀라 거미줄을 거둬들이면서 위로 죽 올라간다. 아차 하고 놀란다. 참 내가 생각이 없이 산다고 느낀다. 거미는 거미대로 먹이를 찾으려고 줄을 치려는 마음에 내려오지 않았겠나. 그런 거미한테 무슨 소리를 했나.


  집 둘레로 개구리 노랫소리가 가득하다. 사월이 지나고 오월을 맞이했으니까. 마당으로 내려서면 개구리 노랫소리에 먼 멧골에서 소쩍새 노랫소리가 퍼진다. 다른 새들은 잠들었지 싶다. 풀벌레는 아직 깨어나려면 멀었고, 우리 집 처마에 깃든 제비는 새근새근 자겠지.


  거미는 어디로 갔을까. 내 셈틀 모니터 앞에 줄을 쳐서 집을 만들려 하던 거미는 어디에다가 줄을 드리우면서 집을 만들까. 우리 집은 거미한테 얼마나 즐겁고 살가운 보금자리가 될까. 4347.5.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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