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 알려주어 고맙구나



  일곱 살 큰아이가 지난주에 길에서 벌에 넉 방 쏘인 뒤로는 마당에서 놀 생각을 않는다. 벌한테 쏘이기 앞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 마당에서 놀던 아이가 이제는 파리가 웅웅거리는 소리까지 무서워하고 만다. 마침 비가 오니, 비가 오는 날에는 벌도 파리도 날아다니지 못해, 큰아이가 걱정없이 마당에 내려온다. 다만, 내가 마당에 나오니 살그마니 달라붙으며 따라온다. 얼마나 마당에 내려와서 놀고 싶을까. 얼마나 바깥바람 쐬면서 숲노래를 부르고 싶을까.


  나는 아침저녁으로 풀을 뜯기만 하며 미처 살피지 못했는데, 모처럼 마당에 내려온 큰아이가 나를 부르며 말한다. “아버지, 우리 집 장미꽃 피었어요!” 어, 어, 그러네. 우리 집 장미꽃이 피었네. 언제 피었지?


  오늘도 어제도 우리 집 장미꽃 둘레에 돋은 돌나물을 뜯었다. 그제도 그끄제도 우리 집 장미꽃 둘레에서 풀을 뜯었다. 그러나 나는 우리 집 장미꽃이 봉오리를 터뜨린 줄 알아채지 못했다. 한 송이는 봉오리를 막 터뜨리려 하고, 한 송이는 벌써 봉오리를 활짝 터뜨렸다.


  속으로 ‘쳇! 쳇!’ 한다. 우리 집 장미꽃을 알아보아도 내가 먼저 알아보고 알려주고 싶었는데, 네 녀석이 먼저 알아보다니. 그래도 네 마음속에 언제나 꽃빛이 있으니 이렇게 모처럼 마당에 내려섰을 적에 장미꽃이 터진 줄 알아차렸겠지. 장미꽃은 네 꽃이다. 장미빛은 네 마음빛이다. 4347.4.2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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