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정거장 Happy Station - I Love Madagascar
신미식 지음 / 푸른솔 / 2008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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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 읽는 사진책 166



즐겁게 찍는 사진은

― 행복정거장

 신미식 사진·글

 푸른솔 펴냄, 2008.11.22.



  사진‘은’ 어떻게 찍어야 할까요? 사진‘을’ 어떻게 찍으면 될까요? 사진을 배우려는 분들은 으레 이렇게 물을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물을 까닭은 없어요. 왜냐하면, ‘사진’이라는 낱말을 바꾸면 되거든요. 자, 다시 물을게요. 어떻게 살면 될까요? 사랑을 어떻게 하면 될까요?


  어떤 일을 하면 될까요? 일을 어떻게 하면 될까요? 아이와 어떻게 살면 될까요? 아이를 어떻게 사랑하면 될까요?


  마음이 있다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이 없다면 쉽게 알지 못합니다. 마음이 있다면 ‘사진을 어떻게 찍느냐’는 ‘삶을 어떻게 꾸리느냐’와 똑같은 줄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이 없다면 ‘사진을 찍는 까닭’과 ‘아이를 사랑하는 까닭’이 서로 같은 줄 느끼지 못합니다.


  사진책 《행복정거장》(푸른솔,2008)을 내놓은 신미식 님은 “마다가스카르를 여행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겐 행복이었다.” 하고 말합니다. 사진책 《행복정거장》은 사진책이면서 사진공책입니다. 신미식 님이 찍은 사진을 담은 책이면서, 사이사이 수첩이나 공책으로 쓸 수 있도록 빈자리가 많습니다.


  사진책을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해 봅니다. 머리말에만 짤막하게 적은 글을 읽어 봅니다. 신미식 님은 “내가 이 나라를 처음 방문했을 때 난 이 나라가 나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소리를 들었다.” 하고 말합니다. 그렇군요. 신미식 님은 마다가스카르가 신미식 님한테 ‘나 너 사랑해’ 하고 읊은 노래를 들었습니다. 마음으로 들은 노래를 마음으로 사진을 찍어서 마음으로 책을 엮습니다.




  신미식 님으로서는 “이제는 어느덧 고향과도 같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 땅과 사람들. 그리움을 두고 떠나온 것은 사람만은 아니었다.” 하고 덧붙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선보이는 사진들은 그동안 숨겨져 있던 나만의 보물이다. 자칫 세상에 등장하지 못할 뻔한 아이들과 아름다운 풍광들을 마음껏 넣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하고 마무리짓습니다.


  누군가한테는 서울 북촌이 좋습니다. 누군가한테는 부산 광복동이 좋습니다. 누군가한테는 라다크가 좋습니다. 누군가한테는 핀란드가 좋습니다. 누군가한테는 마다가스카르가 좋습니다.


  사진책을 덮고 문득 생각에 잠깁니다. 한국을 좋다고 말할 사진가는 있을까요. 한국땅 구석구석을 두 다리로 천천히 밟으면서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할 사진가는 있을까요. 풍광이나 풍경이 아닌 삶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한국을 아름답게 노래할 사진가는 있을까요. 그림쟁이 고흐 님이 감자 먹는 시골사람을 그림으로 담았듯이, 시골에서 흙을 가꾸며 아끼는 사람을 사진으로 담을 분이 있을까요.


  아무렴, 틀림없이 있습니다. 〈전라도닷컴〉이라는 잡지는 오로지 시골 할매와 할배를 사진과 글로 보여줍니다. 시골에서 뿌리를 내리며 즐겁게 웃고 노래하는 할매와 할배가 늘 주인공이 되어 잡지를 가득 채웁니다. 한국에서 이런 잡지는 아직 없습니다. 농협에서 내는 잡지나 신문에서도 농사꾼이 주인공이 되지 않아요. 농림수산부에서 내는 기관지나 사외보에서는 농사꾼이 주인공이 될까요? 된 적이 있을까요?





  즐겁게 찍는 사진은 이웃한테 즐거운 웃음을 베풉니다. 즐겁게 찍는 사진은 사진쟁이 스스로 아름답게 웃는 씨앗을 베풉니다. 더도 덜도 아닙니다. 즐겁게 살 때에 아름답습니다. 즐겁게 찍을 때에 아름답습니다. 즐겁게 찍으면 됩니다. 사진 역사에 이름이 남아야 하지 않습니다. 비평가나 평론가가 눈여겨보아 주어야 하지 않아요. 사진잡지에 실려야 하지 않아요. 사진은 그저 즐겁게 찍을 뿐입니다. 삶은 그저 즐겁게 가꿀 뿐입니다. 우리 삶이 신문에 나거나 방송에 나거나 책으로 나와야 하지 않아요. 우리 삶은 늘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답습니다. 사진으로 찍든 안 찍든 언제나 즐거운 하루입니다. 사진으로 돌아보지 않더라도, 글로 되새기지 않더라도, 그림으로 다시 보지 않더라도, 우리 삶은 날마다 새롭게 아름다운 빛을 뽐냅니다. 사진책 《행복정거장》은 신미식 님이 들려주고 싶은 노래를 담습니다. 작고 수수한 이야기가 가만히 흐릅니다. 4347.4.2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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