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손석희 님이 ‘종편’이 아닌 ‘뉴스타파’ 같은 곳으로 갔다면 이 나라가 얼마나 많이 달라졌을까 하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맞다. 참 많이 달라질 수 있으리라. 그렇지만, 손석희 님은 ‘종편’으로 간다. 왜냐하면 이녁 스스로 종편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종편이 옳다거나 그르다거나 느끼지 않는다. 손석희 님이 옳다거나 그르다거나 여기지 않는다. 손석희 님은 손석희 님이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아는 대로 움직일 뿐이다. 아마 손석희 님은 ‘뉴스타파’와 같은 작으면서 제도권하고 담을 쌓는 매체에는 가지 못하리라 느낀다. 작으면서 제도권하고 담을 쌓는 매체에서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데에는 안 익숙하지 않을까? 이런 일을 할 만한 빛이나 숨결은 없지 않을까?
모든 사람이 시골에서 흙을 일군다면 우리 삶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고 느끼곤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굳이 흙을 일구어야 한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다만, 논밭을 알뜰히 일구지 않더라도 누구나 작은 밭뙈기와 땅뙈기는 거느려야 한다. 제 땅에서 제 손길로 꽃을 아끼고 바라볼 뿐 아니라, 풀(나물)을 뜯으면서 밥상을 빛낼 일이라고 느낀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스스로 이녁 옷가지를 빨래하고 기우면서 살아야지 싶다. 모든 사람이 스스로 밥을 차려서 먹고, 설거지를 하며 걸레질을 해야 한다고 느낀다. 이렇게 삶과 살림을 가꾸면서 의사가 되든 판사가 되든 교수가 되든 공무원이 되든 학생이 되든 할 노릇이라고 느낀다.
아이가 있으면? 아이가 있으면 아이와 놀고 아이를 가르치며 아이와 함께 마실을 다니는 삶도 함께 누려야겠지.
밥과 집과 옷을 남한테 도맡기고 혼자서 다른 일만 할 수 없다. 내 아이를 내가 아끼거나 사랑하지 않으면서 다른 ‘훌륭하거나 대단하다’고 하는 일만 할 수 없다.
손석희 님은 종편에서 1등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얼마든지 종편을 바꿀 만하고, 언론과 사회를 바꾸는 한몫을 단단히 할 만하리라 생각한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궁금하다면, 손석희 님이 1등보다는 ‘아름다운 꼴찌’를 한다면 한결 아름다우면서 스스로 새 빛을 깨달을 만하지 않으랴 싶다. ‘가없이 모든 것을 아름답게 하는’ 꼴찌로 나아갈 수 있다면, 손석희 님으로서도 손석희 님을 바라보는 사람들로서도, 다 함께 기운을 내면서 활짝 웃음꽃을 터뜨릴 만하지 않으랴 싶다.
들꽃한테는 1등이 없다. 숲에서 살아가는 나무한테는 1등이 없다. 개미한테도 베짱이한테도 1등이 없다. 제비한테도 참새한테도 1등이 없다. 그런데, 사람들이 만든 제도권과 언론과 사회와 정치와 교육과 문화와 예술에는 어김없이 1등이 있다. 1등이 왜 있어야 할까? 손석희 님한테 묻고 싶다. 4347.4.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람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