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거짓을 읽는 마음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옵니다. 봄이 지나면 여름과 가을을 거쳐 겨울이 옵니다. 철은 숨기지 못합니다. 철 따라 피고 지는 꽃은 감추지 못합니다. 이 지구별에 철이 없고 해와 달과 풀과 나무가 없으면 모두 죽겠지요. 어느 것도 이 지구별에서 숨쉬지 못하겠지요.


  철을 아는 사람은 삶을 압니다. 날과 날씨를 읽는 사람은 삶을 읽습니다. 아이를 어루만지고 어버이를 꼭 안는 사람은 사랑을 깨닫습니다. 책을 읽거나 방송을 보거나 신문을 펼쳐야 삶을 알지 않아요. 삶을 사랑할 때에 삶을 알아요.


  신문은 신문으로 다룰 정보와 소식을 다룹니다. 방송은 방송으로 다룰 정보와 소식을 다뤄요. 책은 책으로 다룰 정보와 소식을 다룹니다. 신문이나 방송에 기대면 언제까지나 신문이나 방송에 기대고 말아요. 책에 기대면 늘 책에 기댄 채 살아요.


  시골에서는 어느 누구도 신문이나 방송이나 책에 기대어 씨앗을 심지 않습니다. 풀과 꽃과 나무는 신문이나 방송이나 책하고는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자랍니다. 모두들 해를 바라보고 빗물을 먹으며 바람을 마셔요. 흙에 뿌리를 내리고 들과 숲을 이루어요.


  풀 한 포기를 읽는 사람은 온누리를 읽습니다. 꽃 한 송이를 읽는 사람은 모든 노래를 읽습니다. 풀을 못 읽으면 사회를 못 읽어요. 꽃을 못 읽으면 문화를 못 읽어요.


  대단한 사람이 풀과 꽃을 읽지 않습니다. 수수하고 작은 사람이 풀과 꽃을 읽습니다. 마음 한복판에 풀씨를 심고 꽃씨를 심기에 풀과 꽃을 읽습니다. 풀과 꽃을 심어서 곱게 돌보기에 삶을 읽고 사랑을 읽어요. 그러니까, 풀꽃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나 참과 거짓을 환하게 바라봅니다. 풀꽃으로 살지 않는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나 참과 거짓을 제대로 보지 못합니다. 신문에는 참이 없고 방송에도 참이 없으며 책에도 참이 없어요. 들에 참이 있고 숲에 참이 있습니다. 들숨을 마시고 숲빛을 먹을 때에 참을 깨달아요.


  참은 늘 드러납니다. 봄은 봄임을 드러내요. 겨울은 겨울임을 드러내지요. 거짓은 언제나 드러납니다. 아무리 꾹꾹 눌러 숨겨도 거짓은 또렷하게 드러나요. 논평이나 비평에 기대어 참거짓을 살피려 하지 말아요. 내 마음을 읽으면서 참거짓을 깨달아요. 아니, 참거짓을 깨닫는다기보다 삶을 깨달아요. 사랑에 눈을 뜨고 꿈을 가꾸어요. 그러면 돼요. 4347.4.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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