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51] 다시 찾아온 제비
― 사월에 기다린 손님
제비가 찾아왔습니다. 지난해와 그러께에 이어 올해에도 제비가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올해에는 제비가 무척 줄어들었습니다. 지난해에는 마을 가득 온통 제비떼였는데, 올해에는 몇 마리 안 됩니다. 열 마리가 채 안 되지 싶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마을에 집집마다 온통 제비집이요 제비노래였으나, 올해에는 우리 마을에 제비가 몇 마리 없습니다.
고흥에서 봄을 세 해째 맞이하면서 생각합니다. 지난해에 마을 이웃들이 농약을 그야말로 엄청나게 썼습니다. 그러께에는 이래저래 날씨가 안 맞고 태풍이 잦아 항공방제를 못 했으나, 지난해에는 항공방제까지 숱하게 했습니다. 농약바람이 불고 또 부니, 마을에 있던 제비가 눈에 띄게 줄었고, 우리 집 제비들도 어느 날부터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지난해에는 아직 바다 건너 중국 강남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었는데 하루아침에 죄 사라졌습니다.
올해에도 봄에 농약바람이 곳곳에 붑니다. 마늘밭에 농약을 뿌리고, 논둑에 농약을 뿌리며, 고추를 심기 앞서 또 농약을 뿌립니다. 우리 마을은 ‘친환경농업단지’라고 하지만, 정작 ‘친환경’이 되도록 흙을 가꾸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농협과 군청에서 꾀하는 ‘친환경농업’이란 ‘친환경농약’을 쓰는 ‘산업’일 뿐이기도 합니다.
마을에서 제비를 반기거나 기다리는 이웃이 없습니다. 마을에서 나비를 반기거나 기다리는 이웃이 없습니다. 제비도 여느 새처럼 곡식을 쪼아먹으리라 여기며 싫어합니다. 나비는 얼른 잡아서 알을 못 까게 해야 한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제비가 있어 날벌레를 잡고, 나비가 있어 꽃가루받이가 됩니다. 새가 없고 풀벌레와 나비가 없으면 시골은 얼마나 시골스러울 수 있을까요.
해마다 사월에 한국을 찾아오고 팔월 끝무렵에 바다 건너 중국으로 돌아가는 제비입니다. 온몸이 반짝반짝 빛나며, 고운 노래를 하루 내내 들려주는 제비입니다. 올해에도 알을 까서 새끼들을 잘 건사하겠지요? 우리 집에서 느긋하게 머물면서 예쁜 새끼 여럿 낳아 팔월 끝무렵에 즐겁게 중국으로 돌아가기를 빕니다. 4347.4.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