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군내버스 015. 들바람과 숲바람
군내버스가 제때에 들어오는 일은 없다. 으레 몇 분씩 늦고, 어느 때에는 이십 분 가까이 늦게 들어오기도 한다. 왜 늦을까. 알 수 없다. 천천히 달리기 때문에 늦는 일은 없다. 손님이 많이 타고 내리니 늦을까. 어쩌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버스를 타는 분이 거의 늙은 할매나 할배이다 보니 일부러 늦게 다닐는지 모른다. 군내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어느 마을에서나 들바람과 숲바람을 쐰다. 시골이니까. 멧비탈까지 빼곡하게 밭을 일구었다 하더라도 아직 숲이 있다. 가을걷이를 마쳤어도 빈들이 아니라 풀빛이 누렇게 날리는 들이다. 고즈넉한 바람과 소리를 맞아들이면서 버스가 오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