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마단 사람들



  2004년 1월 5일에 나온 사진책 《곡마단 사람들》(호미 펴냄)이 있다. 이 사진책을 선보인 오진령 님은 꼭 열 해만에 새로운 사진책을 선보였다고 한다. 서울에서 사진잔치도 연다는데, 내가 살아가는 시골과 서울은 너무 멀어서 찾아갈 수는 없다. 먼발치에서 축하하는 마음을 보낼 뿐이다.


  《곡마단 사람들》을 2004년에 선보였고, 《짓》(이안북스 펴냄)을 2014년에 선보인 오진령 님이 오늘 낮 전화를 걸어 준다. 전화를 받고 깜짝 놀라면서 반갑고 미안하다. 오진령 님은 내가 2004년에 이녁 사진책을 놓고 쓴 느낌글을 무척 좋아해 주신다고 말하는데, 자그마치 열 해 앞서 쓴 내 글은 몹시 부끄럽다. 다시 들여다보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그 느낌글을 열 해가 지난 오늘까지도 좋게 여기며 내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전화를 걸어 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여러모로 생각해 본다면, 내 느낌글도 열 해가 묵었으나 오진령 님 사진책도 열 해가 묵었다. 서로 열 해가 묵기로는 매한가지이다. 어찌 생각하면 오진령 님도 열 해 앞서 찍은 사진을 ‘그때로서는 조금 설익어서 부끄럽다’고 여길 수 있지 않을까.


  사진길을 쉰 해쯤 걸어온 어르신이라고 해서 오늘 모습이 가장 빛난다거나 훌륭하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사진길을 쉰 해 걸었어도 앞으로 열 해 더 걷는다면, 열 해 뒤에는 오늘 이녁 모습을 부끄럽게 여길 만하지 않을까. 우리는 날마다 새롭게 배우며 살아가는 숨결이니까.


  열 해 앞서 즐겁게 읽은 사진책을 새삼스레 되새긴다. 나는 《곡마단 사람들》이라는 사진책을 지난 열 해에 걸쳐 열다섯 권쯤은 장만했지 싶다. 이 가운데 한 권만 내가 건사하고 나머지 열네 권쯤은 이웃한테 선물했다. 이만 한 사진책을 보시라고 이웃한테 내밀었고, 이러한 사진책이 한국에서 예쁘게 태어났다고 알려주었다. 앞으로 열 해가 새롭게 흘러도 2004년에 《곡마단 사람들》을 만났던 느낌은 오래오래 새삼스레 이어가겠지. 4347.4.2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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