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45. 손으로 찍는 사진



  사진을 발로 찍느냐고 물을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는데,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한다면 ‘발로 찍는다’고 말하리라 생각합니다. ‘내가 발로 해도 이보다 잘 하겠다’와 같은 말을 하니까요. 그런데, 사진은 손으로도 찍고 발로도 찍습니다. 사진을 손으로 찍을 적에는 기계를 만집니다. 사진기를 만지고 인화지와 필름과 컴퓨터를 만집니다. 손으로 찍는 사진이란 기계와 장비를 다루며 빚는 사진입니다.


  발로 찍는 사진이란 발로 온누리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찍는 사진입니다. 한 차례 찾아갔대서 사진찍기를 그치지 않습니다. 열 차례나 백 차례, 또는 한두 해나 열 해쯤 찾아갔기에 사진찍기를 그치지 않습니다. 천 차례 만 차례 다시 밟고 또 밟습니다. 스무 해나 서른 해나 마흔 해를 줄기차게 밟습니다. 발로 찍는 사진은 두 발로 이 땅을 밟으면서 빚는 사진입니다.


  사진은 손과 발뿐 아니라 마음과 사랑으로도 찍습니다. 마음에 담는 따사로운 빛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이웃을 헤아리는 마음과 동무를 살피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풀과 나무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작은 벌레와 아픈 짐승을 돌아보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어요.


  사랑으로 찍는 사진은 어떤 그림이 될까요. 사랑으로 마주하는 님을 사진으로 찍으면 어떤 노래가 될까요. 사랑으로 어깨동무하는 삶을 사진으로 찍으면 어떤 이야기가 될까요.


  사진은 손과 발뿐 아니라 마음과 사랑으로 찍는데, 꿈으로도 찍고 느낌으로도 찍습니다. 귀로도 찍고 살갗으로도 찍습니다. 때로는 돈으로 찍을 수 있겠지요. 때로는 주먹다짐으로 찍거나 권력이나 신분으로 찍을 수 있어요.


  무엇으로 찍든 사진은 사진입니다. 이렇게 찍기에 더 나은 사진은 아닙니다. 다만, 찍는 매무새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깃듭니다. 찍는 몸가짐에 따라 다른 숨결이 감돕니다.


  어떤 사진을 어떻게 찍고 싶은가요. 어떤 사진을 누구와 찍고 싶은가요. 어떤 사진을 언제 어디에서 찍어 누구하고 나누고 싶은가요.


  사진을 찍을 적에는 내 마음과 이웃 마음을 함께 보듬습니다. 사진을 읽을 적에는 내 넋과 이웃 넋을 함께 껴안습니다. 4347.4.2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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