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온 먼길


  아침 일찍 고흥집을 떠나 신안으로 갔다. 신안에서 지도읍과 압해읍을 돌고 고흥집으로 돌아온다. 아침 열 시에 길을 나선 뒤 밤 열 시에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들은 차에서 잠을 거의 안 자며 버티고 놀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조금 노닥거린 뒤 손발을 씻고 낯을 씻은 다음 잠자리에 눕히니 이내 곯아떨어진다. 먼 마실을 다닐 적에 아이들이 잘 놀고 잘 자면 더없이 고마우면서 미안하다.

  신안에서 하룻밤을 묵을 생각을 했으나 곁님은 오늘 돌아올 생각을 했다. 모르는 일이기에 집식구 옷가지를 모두 챙겼는데, 느즈막하게 고흥집으로 돌아왔다. 꾸린 짐은 이튿날 아침에 풀어야지. 그나저나 이튿날 아침에 밥을 차려서 먹을 수 있을까. 뭐, 먹어야 하지 않겠나. 아이들을 먹이고 나도 먹어야 할 텐데, 나는 밥 생각이 없을 듯하고, 아이들이 배를 곯지 않게 먹이고는 좀 드러누워 쉬어야지 싶다.

  숲이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시골은 어디일까. 숲을 숲답게 사랑하고 아끼는 시골은 어디일까. 글쎄, 한국에 그런 시골이 있을까. 잘 모르겠다. 4347.4.2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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