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 있는 책



  책방에는 팔려고 하는 책을 꽂는다. 책방은 책방이지 도서관이 아니다. 그런데, 책방을 찾는 발길이 차츰 줄면서, 책방은 책방이면서 도서관 같은 꼴로 달라진다. 아름다운 책손이 즐거이 알아보며 고르기를 기다리는 책들이 하나둘 모이니, 이 책들은 어느새 새로운 ‘도서관 책빛’을 뽐낸다.


  오랜 나날을 아로새기는 책들이 차곡차곡 꽂힌 헌책방 책꽂이를 보며 생각한다. 헌책방 책꽂이를 고스란히 옮기면 도서관 책꽂이가 되지 않을까. 요즈음 책과 묵은 책이 골고루 섞인 이 책들은 도서관이 할 몫을 맡은 모습이라고 할 만하지 않나. 거꾸로, 오늘날 도서관 책꽂이는 도서관 모습이라기보다 대여점 책꽂이 모습은 아닌가. 도서관이 도서관 구실보다는 대여점 구실만 하지 않는가.


  책방마실을 할 때마다 생각한다. 마음을 사로잡는 책을 알차게 갖춘 책방은 책방이면서 도서관 같다. 아니, 도서관은 바로 이런 모습이 되어야 한다고 느낀다. 이 책도 읽고 싶도록 이끌면서 저 책도 읽고 싶도록 이끌 때에 도서관이지 싶다. 이 책에 깃든 이야기로 마음을 살찌우고 저 책에 서린 이야기로 사랑을 북돋울 수 있으면 도서관이요 책방이며 책터이자 보금자리가 될 만하다고 생각한다. 4347.4.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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