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잎에 내려앉은 빗물



  장미잎에 빗물이 내려앉는다. 돌나물에도 모시잎에도 빗물이 내려앉는다. 빗물은 잎을 타고 땅으로 똑 떨어진다. 잎에 내려앉은 빗물이 무겁지 않으면 빗물이 마를 때까지 이 모습 그대로 남는다. 빗물이 풀잎에 앉아 햇볕과 바람에 마르면, 잎에는 빗물 자국이 남는다.


  빗물이 빚는 모습을 사람이 손으로 하나하나 꾸밀 수 있을까 헤아려 본다. 꾸미려 한다면 꾸밀 수 있을 테지만, 숲빛을 일부러 꾸며야 할 까닭은 없다고 느낀다. 숲빛은 숲에서 느끼고, 사람은 숲을 사랑하고 아끼면 되리라 생각한다. 꾸미려 애쓸 겨를이 있으면 숲을 더 느낄 일이요, 우리는 마음을 곱게 가꾸면서 하루를 누릴 때에 아름다우리라 본다.


  툭툭 떨어지는 동백꽃은 천천히 삭아 흙으로 돌아간다. 동백꽃이 거름이 되고 흙이 되어 동백나무를 살리고, 동백나무 곁에서 자라는 장미나무한테도 거름이 되고 흙이 된다. 장미꽃이 피고 지면 장미꽃도 흙으로 돌아가 장미나무와 동백나무를 살리는 거름이 될 테지. 빗물은 꽃을 살찌우고 나무를 보듬으며 사람을 먹여살린다. 4347.4.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