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피꽃이 활짝 터질 적에



  자그맣고 가녀린 초피꽃은 아주 가까이 다가서야 알아본다. 멀리에서도 노란 꽃잔치를 희끗희끗 알아볼 만하지만, 가까이에서 고개를 들이밀어 바라보아야 어떻게 터지는가를 제대로 알아본다.


  열매를 작게 맺으니 꽃도 작을까? 그렇지만 고추꽃도 크기는 퍽 작은데 고추열매는 제법 크다 할 만하다. 초피나무는 꽃도 작고 열매도 작다. 봉오리일 적에는 잎과 똑같은 풀빛이다가, 봉오리를 활짝 터뜨리면 샛노란 빛깔로 거듭난다.


  작은 꽃을 알아보려면 작은 사람이 되어야 할는지 모른다. 작은 꽃을 사랑하려면 작은 사랑이어야 할는지 모른다. 작은 꽃은 작게 피어 가만히 숨죽이다가 넌지시 지는 만큼, 바쁜 걸음으로 성큼성큼 지나치면 알아볼 수 없다. 작은 꽃은 조용히 피어 한들한들 바람을 쐬다가 지는 만큼, 자가용을 타고 싱싱 달리면 알아보지 못한다. 비가 그치고 바람이 멎은 날 초피꽃 싱그러운 빛을 함께 나눈다. 4347.4.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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