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주저'가 퍽 널리 쓰이면서
한국말은 여러모로 쓰임새를 잃곤 합니다.
한국말을 곰곰이 살피면서 하나둘 익히면
자리와 때에 맞추어 재미나면서 즐겁게
우리 뜻과 느낌을 한껏 살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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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이다·머뭇거리다·우물쭈물·엉거주춤
→ 시원스레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을 가리키는 낱말들인데, 느낌이 살짝 다릅니다. ‘망설이다’는 “생각만 이리저리 굴리”면서 못 움직이는 모습이고, ‘머무적거리다(머뭇거리다)’는 “자꾸 멈추는” 모습이요, ‘우물쭈물’은 “어떻게 해야 좋을는지 모르는” 모습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똑같아 보이는 모습이지만, 저마다 까닭이 다를 테지요. ‘엉거주춤’은 “이렇게 해야 할는지 저렇게 해야 할는지 모르는 채 몸을 구부정하게 있”는 모습입니다. ‘주춤거리다’도 “자꾸 멈추는” 모습으로는 ‘머무적거리다’와 비슷한데, ‘주춤거리다’는 다른 사람 눈치나 눈길을 살피는 느낌이 짙습니다. ‘갈팡질팡하다’는 “갈 곳을 몰라 헤매”면서 한 자리에 선 모습을 나타내요. ‘우물쭈물’은 큰말이고 ‘오물쪼물’은 여린말입니다. ‘엉거주춤’은 큰말이요 ‘앙가조촘’은 여린말입니다.
망설이다
: 뚜렷하거나 시원스레 움직이지 못하면서 생각만 이리저리 굴리다
- 어느 쪽을 골라야 할지 몰라 망설인다
- 망설이다가 해가 넘어가겠네
머뭇거리다
: ‘머무적거리다’를 줄인 낱말
- 어서 들어오지 않고 왜 머뭇거리니
- 할 말이 있으면 머뭇거리지 말고 시원스럽게 털어놓으렴
머무적거리다
: 뚜렷하거나 시원스레 움직이지 못하면서 자꾸 멈추다
-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머무적거리만 한다
- 쑥스러운 나머지 뒷통수를 긁적이며 머무적거린다
우물쭈물
: 뚜렷하게 하지 못하면서 어찌할 줄 모르는 모습
- 가슴이 콩닥콩닥 뛰며 우물쭈물 말을 못 한다
- 바쁘고 어수선해서 우물쭈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엉거주춤
1. 앉지도 서지도 않고 몸을 반쯤 굽히는 모습
- 거기 엉거주춤 서서 무얼 하니
- 깜짝 놀라 엉거주춤 몸이 굳었다
2.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
- 이쪽으로 갈지 저쪽으로 갈지 엉거주춤 길 한복판에 섰다
- 우는 아기를 안을지 업을지 모르는 채 엉거주춤 있다
주춤거리다
: 뚜렷하게 움직이거나 걷지 못하면서 자꾸 멈추다
- 네가 뻔히 쳐다보니까 주춤거리는 듯해
-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주춤거리기만 한다
갈팡질팡하다
: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채 이리저리 헤매다
- 어디라도 좋으니 갈팡질팡하지 말고 길을 나서자
- 여기도 아닌 듯하고 저기도 아닌 듯해서 갈팡질팡한다
(최종규 . 2014 - 새로 쓰는 우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