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44. 그림자에서



  사진은 언제나 빛을 찍습니다. 빛을 찍기에 빛나는 사진입니다. 아주 마땅한 이야기인데, 빛을 찍기에 빛납니다. 그러니까, 어둠을 찍으면 어둡습니다. 사진이 처음부터 어둠을 찍으려 했다면 무척 어두웠으리라 생각해요.


  다만, 예나 오늘이나 어둠을 찍는 이들이 있습니다. 어둠을 찍는 이들은 더없이 마땅히 어둡구나 싶은 사진을 선보입니다. 좋거나 나쁘게 바라볼 대목이 아닙니다. 어둠을 찍으니 어두운 사진입니다. 어둡대서 나쁜 사진이 아니요 좋은 사진도 아닙니다. 어둠을 찍으니 어두운 사진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밝은 빛을 찍을 적에도 똑같이 느낄 노릇입니다. 밝은 빛을 찍으면 밝은 사진일 뿐입니다. 더 낫거나 한결 나은 사진이 아닙니다. 밝은 빛을 찍은 사진일 뿐입니다.


  사진에서 우리가 바라보거나 느낄 대목은 오로지 하나입니다. 사랑입니다. 삶을 얼마나 사랑하고 어떻게 사랑하며 어느 만큼 사랑하느냐입니다. 살짝 어둡게 찍거나 많이 어둡게 찍는대서 사랑스러운 사진이 안 될 수 없습니다. 살짝 밝게 찍거나 많이 밝게 찍는대서 사랑스러운 사진이 될 수 없습니다. 사랑스러운 사진이 되자면 사랑스럽게 찍어야 합니다. 사랑스럽지 않은 사진이란 사랑이 깃들지 않은 사진이에요.


  잘 생각해 보셔요. 얼굴로는 웃는 빛이어도 웃음이 아닐 수 있어요. 말씨는 부드럽다지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어요. 사진은 겉보기로 따질 수 없습니다. 사진은 빛깔로 따질 수 없습니다. 무지개빛 감도는 사진으로 찍기에 밝지 않습니다. 까망하양 두 가지 빛깔로 찍기에 어둡지 않습니다. 마음과 사랑이 밝을 때에 밝은 사진을 찍습니다. 마음도 사랑도 어두우면 어두운 사진을 찍습니다.


  그림자를 바라보셔요. 내 그림자는 어떤 빛인가요. 내 그림자는 어떤 삶인가요. 내 그림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숨결인가요. 4347.4.2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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