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톰 새디악’이라는 이름을 모른다. 이녁이 찍었다는 영화도 모르고, 이녁이 돈을 얼마나 많이 벌어들였으며, 얼마나 이름난 배우하고 노닐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톰 새디악이라는 분은 이녁이 누린 돈과 이름이 얼마나 덧없거나 부질없었는지 느꼈다고 한다. 모두 내려놓고 ‘참된 나’를 찾는 길을 걷는다고 한다.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무척 많은 이들은 이녁과 달리 ‘돈과 이름을 좀 잔뜩 누려 보았으면’ 하고 꿈꾸지 않을까. 이녁처럼 모두 내려놓으면서 참된 나를 찾는 슬기로운 길을 걸으려는 마음은 아직 없지 않을까. 돈이든 이름이든 누리고 나서 ‘나를 내려놓기’를 할 수 있다고 여기지 않을까. 어느 때에 ‘부자’일까. 어느 때에 ‘즐거울’까. 어느 때에 아름다운 삶을 빙그레 웃으면서 사랑스레 속삭일까. 우리 삶은 어떤 모습일 때에 환하게 빛나면서 이웃과 동무한테 맑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보라. 이건희 같은 이들은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는가. 골목나무를 가꾸고 골목꽃을 돌보는 할매와 할배는 우리한테 무슨 이야기를 베푸는가. 4347.4.2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