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43. 꽃을 만지는 손길로



  꽃을 만지는 손길로 이웃한테 다가서면 나와 이웃 사이에 꽃내음이 흐릅니다. 꽃을 어루만지는 손길로 밥을 지으면 밥상맡에 둘러앉은 식구들 모두 꽃밥을 먹습니다. 꽃을 사랑하는 손길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서로서로 꽃빛이 흐르는 웃음을 짓습니다. 꽃을 노래하는 손길로 사진기를 손에 쥔다면? 이때에 우리는 어떤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요? 꽃을 아끼는 손길로 사진 한 장을 마주한다면? 이때에 우리는 사진에서 어떤 넋을 읽을 수 있을까요?


  마음이 힘들거나 아프거나 슬프거나 고단할 적에 찍는 사진을 떠올려 보셔요. 마음이 홀가분하거나 기쁘거나 환하거나 개운할 적에 찍는 사진을 떠올려 보셔요. 같은 자리에서 같은 모습을 찍으면서도 사뭇 다른 사진이 태어나겠지요.


  무언가 싫은 마음이 가득한 채 내 아버지나 어머니를 찍어 보셔요. 무언가 좋은 마음이 그득한 채 내 아버지나 어머니를 찍어 보셔요. 어떤가요?


  내가 아주 잘 아는 동네에서 나들이를 하면서 사진을 찍어 보셔요. 처음 찾아가는 동네에서 헤매면서 사진을 찍어 보셔요. 어떤가요?


  우리는 아는 만큼 바라보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만큼 바라봅니다. 우리는 사랑하며 살아가는 만큼 마주합니다. 우리는 즐겁게 사랑하며 살아가는 만큼 꿈을 꾸고 사진을 찍습니다. 우리는 노래를 길어올리면서 까르르 웃고 즐겁게 사랑하며 살아가는 만큼 사이좋게 사진을 찍고 읽습니다.


  꽃을 만지는 손길로 책을 읽어 보셔요. 꽃을 만지는 손길로 자전거를 달리거나 자가용을 몰아 보셔요. 꽃을 만지는 손길로 편지를 써 보셔요. 꽃을 만지는 손길로 영화를 보거나 만화를 펼쳐 보셔요. 꽃을 만지는 손길로 전화를 걸거나 길을 걸어 보셔요.


  스스로 삶을 바꿀 적에 사진이 바뀝니다. 스스로 삶을 사랑할 적에 사진이 사랑스럽습니다. 스스로 삶을 밝힐 적에 사진이 해맑게 빛납니다. 4347.4.2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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