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0] 셋길



  네 식구가 서울마실을 하며 전철을 탈 적입니다. 일곱 살 큰아이가 전철 길그림을 읽습니다. “저기는 노란 줄로 셋이라고 적혔네. 셋길이야, 셋길! 어, 저기는 다섯이라고 적혔네. 다섯길이야!” 나는 큰아이한테 ‘삼호선’이나 ‘오호선’이라는 말로 바로잡지 않습니다. 아이가 한 말 그대로 “그래, 셋길이네. 저기는 다섯길이네.” 하고 이야기합니다. 전철을 타고 나서 곰곰이 생각합니다. 서울이든 부산이든 인천이든 큰도시에 놓은 전철이나 지하철에 모두 ‘일호선·이호선’처럼 이름을 붙입니다. 일곱 살 아이가 문득 떠오르는 대로 말하듯이 ‘한길·두길·셋길’처럼 이름을 붙이지 않습니다. 이렇게 이름을 붙이면 어떠할까 하는 생각조차 어른들은 못 했으리라 싶습니다. 이런 이름을 생각했다 하더라도 이런 이름을 즐겁게 널리 쓰자는 데까지 생각을 뻗지 못했으리라 싶습니다. 4347.4.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