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에 얹은 책



  아이가 무릎에 그림책을 얹는다. 밝은 봄꽃 이야기가 흐르는 그림책을 넘긴다. 일곱 살 아이는 옷이든 다른 무엇이든 꽃 무늬가 들어가면 무척 좋아한다. 하늘을 나는 새를 보면서 “음, 나 저 새, 꽃새라고 할래.” 하고 말하기도 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새는 하늘을 나는 꽃이라고 할 만하구나 싶다.


  무릎에 책을 얹고 이야기를 읽는 아이는 책아이라 할 텐데, 책에서 꽃내음을 맡으니, 책아이는 꽃아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 꽃 같은 말을 속삭이면서 꽃말이 피어나고, 꽃 같은 노래를 부르면서 꽃노래가 퍼지며, 꽃 같은 웃음을 지으면서 꽃웃음이 흐드러진다.


  책을 마주하는 꽃다운 넋이 곱다. 책을 만지는 꽃다운 손길이 예쁘다. 책을 읽는 꽃다운 눈빛이 맑다. 4347.4.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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