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박꽃이 곧 터진다



  후박꽃은 다른 나무꽃하고 견주면 아주 더디 핀다. 후박꽃망울은 겨울부터 고개를 내밀지만, 동백꽃망울이 따순 볕에 십이월이나 일월에도 터지는 모습과 달리, 후박꽃망울은 삼월까지 꽁꽁 숨다가 사월 문턱에 들어서면 꽃망울이 커지고, 사월 첫째 주에 살그마니 벌어질 듯하며, 사월 둘째 주에 쏙쏙 꽃대를 내밀고, 사월 셋째 주에 아주 천천히 꽃망울이 터진다. 게다가 꽃망울도 한꺼번에 안 터진다. 하나 터지고 둘 터지고, 여러 날이 걸린다.


  다른 나무꽃은 하루나 이틀쯤 찾아오지 않으면 그사이에 온통 꽃봉우리가 터져서 꽃잔치를 이루는데, 후박꽃은 여러 날 돌아보더라도 움직임이 아주 더디다. 겨우내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터지는 꽃이기 때문일까. 드센 바닷바람을 먹으면서 살아가는 나무에서 피어나는 꽃이기 때문일까. 후박꽃을 제대로 보자면 달포 즈음 지켜보아야 한다. 단단한 꽃망울이 차츰 커지는 모습부터 꽃망울이 살그마니 터지면서 비늘잎에 떨어지는 모습을 거쳐 꽃대가 오르고 꽃망울이 터지면서 새 잎이 함께 돋는 모습까지 새로우며 새삼스러운 빛을 선보인다.


  이제 후박꽃이 터지기까지 이틀쯤 남은 듯하다. 후박나무를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지켜보며 두 팔 벌려 말을 건다. “예쁘구나, 아름답구나, 멋지구나, 사랑스럽구나.” 4347.4.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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