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질문 - 2015 오픈키드 좋은어린이책 목록 추천도서 바람그림책 19
오사다 히로시 글, 이세 히데코 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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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76



무엇이 궁금한가요

― 첫 번째 질문

 오사다 히로시 글

 이세 히데코 그림

 천개의바람 펴냄, 2014.2.22.



  아침밥을 먹던 큰아이가 묻습니다. “아버지, 이거 뭐야? 까만 이거?” “간장.” “간장? 내 머리도 까만데.” 종지에 담은 까만 물이 간장이라고 그동안 늘 말했지만 큰아이한테는 늘 새로울 수 있습니다. 간장 말고 다른 까만 물이라 여길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까만 간장이 무엇인지 물으면서 “간장이구나.”라든지 “간장이라고 하는구나.”처럼 말했다면, 이제는 아이가 제 머리카락 빛깔과 같은 까만 물이라고 여기는구나 싶습니다.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마실을 다닐 적에 큰아이가 곧잘 ‘수레’ 이름을 묻곤 했습니다. “아버지, 여기 뒤에 붙인 거 뭐야?” 하고. “수레.” “수레? 으응, 수레.” 이제 큰아이가 일곱 살이니, 가끔 아이가 묻는 말에 곧바로 안 알려주기도 합니다. “여기 이 꽃 이름이 뭐예요?” “음, 이름이 뭘까?” “글쎄.” “꽃을 보고 뭐 생각나지 않아? 꽃을 바라보는 느낌대로 벼리가 스스로 이름을 붙이면 돼. 온누리에 있는 모든 꽃은 사람들이 그 꽃을 바라보면서 받은 느낌으로 붙였거든.”


  하늘에 뜬 구름을 올려다보면서 새털구름이라느니 뭉게구름이라느니 매지구름이라느니 먹구름이라느니 실구름이라느니 하고 이름을 붙이기도 하지만, 아이한테 “우와 구름 예쁘다. 저 구름은 어떤 구름이라고 이름을 붙이면 좋을까?” 하고 묻기도 합니다. 구름이 봉우리에 걸릴 적에 “구름이 봉우리에서 쉬나?” 하고 묻기도 합니다.


  저녁이나 밤에 달을 보면서 자전거를 달리거나 자동차를 얻어 타서 달리면, 달이 마치 따라오는 듯합니다. 큰아이는 달을 보면서 “달이 우리를 따라와요!” 하고 소리칩니다. 동생은 누나 말을 받아 “달이 우리를 따라와요!” 하고 소리칩니다. 큰아이는 “우리가 달을 이겼다!” 하고 말하기도 합니다. 달리던 길을 꺾으면 달이 뒤에 처지는 듯 보이거든요.





.. 오늘 하늘을 보았나요? 하늘은 멀었나요, 가까웠나요 ..  (3쪽)



  맛있게 먹자고 생각하며 밥을 차립니다. 맛있게 먹습니다. 맛있게 먹으니 이로 씹으면서 즐겁습니다. 즐겁게 씹어서 삼키니 뱃속에서 반깁니다. 뱃속에서 반기니 온몸에 새 기운이 돕니다. 온몸에 새 기운이 도니 오늘 하루 씩씩하게 살아갑니다.


  풀을 먹으면 풀내음 나는 몸이 되면서 풀똥을 누고 풀오줌을 눕니다. 빵을 먹으면 빵내음 나는 몸이 되면서 빵똥을 누고 빵오줌을 누어요. 고기를 먹은 날에는 고기내음 나는 몸이 되면서 고기똥을 누고 고기오줌을 누겠지요.





.. 좋은 하루란 어떤 하루인가요? 오늘 “고마워!”라고 말한 적이 있나요 ..  (6쪽)



  먼먼 옛날부터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했습니다. 내가 아이한테 들려주는 말이 고울 적에 아이가 어버이한테 들려주는 말이 곱습니다. 어버이가 아이한테 물려주는 사랑이 고울 적에 아이가 이웃이나 동무하고 놀면서 사랑스레 웃고 뛰며 달립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하는 까닭은, 말을 하는 나 스스로 고운 말로 고운 넋이 되고 고운 몸이 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고운 빛이 환하면, 내 둘레에 있는 사람들도 고운 기운을 받아서 저절로 고운 웃음과 고운 몸짓이 될 수 있어요.


  가는 말이 거칠거나 밉다면? 거칠거나 미운 말을 듣고도 고운 말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어요. 참말 마음이 넓고 깊은 이웃입니다. 거친 말을 들었대서 거친 말을 맞받으면 거친 말은 더욱 커집니다. 거친 말을 들었어도 살살 다독이거나 달래면서 보드랍게 보내면, 말빛은 새삼스레 따스하면서 아름답습니다.




.. “아름다워!”라고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좋아하는 꽃 일곱 가지를 꼽을 수 있나요? 나에게 ‘우리’는 누구인가요 ..  (15쪽)



  오사다 히로시 님이 쓴 글에 이세 히데코 님이 그림을 그린 《첫 번째 질문》(천개의바람,2014)을 읽습니다. ‘첫 물음’을 묻는 그림책입니다. 아이한테 묻고 싶은 첫 이야기를 밝히는 그림책입니다. 아이가 어버이한테 묻는 첫 궁금함을 살피는 그림책입니다.



.. 나에게, 그리고 내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  (26쪽)





  우리는 아이와 함께 어떤 이야기를 빚을 때에 아름다울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웃과 함께 어떤 이야기를 나눌 때에 사랑스러울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동무와 함께 어떤 이야기를 속삭일 때에 즐거울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서로한테 무엇이 궁금한가요? 우리는 우리 스스로한테 무엇이 궁금한가요? 꽃 한 송이를 마주하면서 무엇이 궁금한가요? 숲에 깃들어 나무내음을 맡는 동안 무엇이 궁금한가요? 아기한테 젖을 물리면서 무엇이 궁금한가요? 무럭무럭 자라며 뛰노는 아이를 바라보며 무엇이 궁금한가요? 어느덧 어버이 키만큼 자란 아이와 마주하면서 무엇이 궁금한가요?


  궁금한 이야기란 저마다 스스로 살아가고 싶은 모습입니다. 궁금해서 묻는 이야기란 저마다 스스로 사랑하고 싶은 길입니다. 그림책 《첫 번째 질문》을 어른들이 아이들과 함께 도란도란 주고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과 즐거움을 찾아 햇볕처럼 포근하며 바람처럼 싱그럽고 빗물처럼 맛깔스러운 이야기를 서로 묻고 알려주면서 삶꽃을 피울 수 있으면 기쁘겠습니다. 4347.4.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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