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9] 잎빛



  꽃샘추위가 있고 잎샘추위가 있습니다. 꽃이 필 무렵에 추위가 다가오기도 하고 잎이 돋을 무렵에 추위가 다가오기도 해요. 그런데, 꽃이 먼저 피는 나무나 풀이 있고, 잎이 먼저 돋는 나무나 풀이 있어요. 그러니, 꽃샘추위와 잎샘추위는 거의 같은 때를 가리키지 싶어요. 들과 숲을 바라보는 눈길이 따라 달리 쓰는 낱말이 되리라 느낍니다. 달을 바라보며 달빛을 누리고, 해를 바라보며 햇빛을 받습니다. 꽃을 바라보며 꽃빛이 새롭고, 잎을 바라보며 잎빛이 싱그럽습니다. 다만, 한국말사전에는 ‘꽃빛·잎빛’ 같은 낱말이 안 나와요. 그러면, 이 낱말은 띄어서 적어야 할까요? 한국말사전에 이 낱말을 올려야 할까요? 물빛과 같은 사랑이고 싶은 사랑빛입니다. 들빛과 같은 꿈이고 싶은 꿈빛입니다. 이월이 지나고 삼월이 흐르며 사월이 찰랑이는 시골마을에서 시골빛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아침저녁으로 풀을 뜯으며 풀빛이 얼마나 고운가 하고 새롭게 깨닫습니다. 풀잎 빛깔은 우리들을 살찌우고 살리는 해맑은 바람빛입니다. 4347.4.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