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꽃 한가득 터지다
모과꽃이 한가득 터진다. 나무 곁에 서면 꽃내음이 온몸으로 스며든다. 아이들은 뒤꼍을 오르내리면서 민들레 꽃대를 꺾어 씨앗을 후후 날리거나 갓꽃을 꺾어 꽃놀이를 하곤 한다. 아이들은 키가 작아 모과꽃을 올려다보기 만만하지 않지만, 꽃내음은 어디에나 살랑살랑 퍼지니, 아이들 몸에도 모과빛이 흐를 테지.
먼저 터지고 나중 터지는 꽃을 바라본다. 숱한 꽃송이가 한꺼번에 노래하다가는, 일찍 터진 꽃은 살며시 지고, 새로 터지려는 꽃이 새삼스레 노래한다.
나무 곁에 서면 나무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는다. 나뭇가지마다 터진 꽃송이를 바라보면 꽃이 들려주는 노래를 듣는다. 맑게 트인 하늘빛을 먹고, 싱그럽게 부는 바람을 먹는다. 나무가 자라는 흙땅이 폭신폭신하다. 4347.4.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