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잡고 걷는 길



  아이들과 손을 잡고 걷는다. 아이들이 우리 손을 놓고 저희끼리 신나게 앞으로 달린다. 큰아이가 곁님이나 나보다 훨씬 빠르게 앞장서서 걷는다. 작은아이가 혼자서 콩콩 뛰듯이 걷다가 제 어머니 손을 잡고 걷는다. 걷다가 힘이 드니 어머니 손에 기대어 걷는 셈이다.


  어디에서 살든 네 식구는 함께 걷는다. 함께 손을 잡고 눈을 마주하면서 살아간다. 일곱 살 큰아이는 열 리 길도 씩씩하게 걸을 수 있고, 네 살 작은아이는 다섯 리 길쯤 씩씩하게 걸을 수 있다. 두 아이를 지켜보면서 곁님과 내가 이 아이들만 하던 나이에 어떤 몸짓과 눈빛으로 놀고 어울렸을까 돌아본다. 나도 씩씩하게 이 길을 걸었겠지. 나도 힘이 들면 기대거나 업히면서 다리를 쉬려 했겠지.


  들판을 가로지르는 바람이 분다. 사월바람이 싱그럽다. 조용히 호젓하게 들길을 걸어가면서 온몸이 개운하다. 4347.4.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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