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4.3.23.
 : 같이 가고 싶어

 


- 졸리면서 졸음을 꼭 참는 두 아이. 저녁해가 기울 무렵 자전거마실을 하자고 생각한다. 둘 다 데려갈까, 작은아이를 재울까 생각하는데, 작은아이가 잠들려 할 즈음 큰아이가 작은아이한테 자랑하듯이 “보라야, 누나 자전거 탄다. 넌 안 갈래?” 하고 방에다 대고 소리지른다. 이런, 벼리야. 보라 거의 잘 뻔했는데 이렇게 소리쳐서 부르면 어쩌니. 누나 목소리를 들은 작은아이가 잠자리에서 벌떡 깨어나서 마당으로 내려온다. 으이구. 샛자전거를 떼고 수레만 붙였는데 수레에 둘은 못 태우지. 곁님이 이 모습을 보더니 두 아이더러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만 타고 가라 말한다. 두 아이가 한참 가위바위보를 한다. 큰아이가 진다. 가위바위보에서 진 큰아이가 아주 서운한 얼굴이다. 어쩌니. 가위바위보를 할 적에는 신나게 했잖아.

 

- 뗀 샛자전거를 다시 붙인다. 천천히 달리면 될 테지. 천천히 천천히 자전거를 몰기로 한다. 두 아이 모두 자전거마실을 한다. 뉘엿뉘엿 기우는 봄날 저녁해를 바라보면서 함께 자전거를 달린다. 작은아이는 이내 잠이 든다. 이렇게 졸려서 잠이 쏟아지는데 왜 너는 자전거를 타겠다고 했니. 그냥 느긋하게 방에서 잠들지. 그러나 작은아이도 큰아이도 자전거바람을 마시면서 쉬고 싶었을 테지. 수레에서 덜덜 흔들리면서 바람을 쐬면 한결 시원하다 여겼을 테지.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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