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름벼리 빗길 걷는 뒤에서

 


  큰아이는 어느 때부터 늘 앞에서 걷는다. 작은아이는 아직 늘 뒤에서 걷는다. 그러나, 큰아이는 곧잘 뒤에서 걷곤 한다. 걸음이 느린 탓이 아니라, 이것저것 보고 살필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읍내나 도시에서는 으레 뒤로 처진다. 둘레에 가득한 ‘볼거리(글씨)’ 때문이다. 시골에서는 언제나 앞에서 걷는다. 어지러운 글씨(광고판)가 없이 맑으면서 밝은 소리와 빛깔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시골길을 거닐며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갈 길은 어디인가. 4347.4.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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