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잎에 매화꽃잎 하얗게

 


  뒤꼍 매화나무에 꽃이 모두 진다. 하야말갛게 피어나던 꽃잔치는 꿈인 듯 조용하다. 그러나, 꽃받침만 빨갛게 남아 새로운 빛이 된다. 새로운 빛은 머잖아 푸른 잎사귀로 덮일 테며, 푸른 잎사귀마다 사이에 푸른 알을 조그맣게 품고는 찬찬히 굵게 돌보겠지.


  바람 따라 매화꽃잎이 우수수 떨어지면서 나무 둘레 쑥밭을 덮는다. 해마다 검은 빛이 짙게 돌면서 살아나는 흙땅에서 씩씩하게 올라오는 푸른 쑥잎에 하얀 꽃잎이 내려앉는다. 살짝 쑥잎에 앉아서 쉬는구나. 살며시 쑥잎 품에 안겨서 노는구나. 흙은 가랑잎뿐 아니라 꽃잎을 받아들여 고운 내음이 퍼진다. 흙은 온갖 풀과 나무가 어울려 자라는 터가 되면서 맑은 숨결을 베푼다. 4347.4.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