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퍼센트

 

 

  고흥에서 신안으로 온다. 신안에서 다리를 건너 목포에서 하룻밤 묵는다. 여관에서 씻고 빨래를 한 뒤 책을 조금 넘기다가 텔레비전을 켠다. 우리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으니 다른 데에서도 텔레비전을 볼 일은 없지만, 어떤 이야기가 흐르는가 한번 살펴보고 싶다. 주룩주룩 화면을 넘기다가 43퍼센트를 깎아 줄 테니 너도나도 장만하라고 하는 어느 책 광고가 나온다.

 

  얼마 앞서 도서정가제 문제를 이렁저렁 합의를 하지 않았을까? 홈쇼핑에서는 따지거나 살필 까닭이 없을까? 스무 권으로 마무리를 지었다는 조선왕조실록 이야기를 다룬 만화책을 자그마치 43퍼센트로 에누리를 해 주면서 무이자 카드결제를 해 준다고 한다.

 

  그 만화책이 홈쇼핑에 나와서 43퍼센트 에누리를 받아야만 팔릴 만한 책인지 궁금하다. 그 만화책이 이렇게 후려치기 에누리 장사로 널리 보급해야 할 책인지 궁금하다. 널리 보급하여 읽을 책이라면 후려치기 43퍼센트가 아니라 온돈을 치러 두루 읽고 사랑할 책이 아닐는지 궁금하다.

 

  여관 텔레비전 화면을 넘긴다. 4347.4.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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